2022. 6. 2.

감독님,

 


감독님,


잘 지내세요?

저도 제 블로그를 잘 안 들어오지만 이렇게 적어놓으면 언젠가는 이 편지를 보시겠죠. 

감독님의 근황은 언제나처럼 예기치 못한 곳에서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접하게 됩니다. ㅎㅎ 그래도 모니터 속에서나마 감독님 얘기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드디어 번역서가 나왔어요. 전해드리고 싶은데 방법으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사서 보셔야겠어요 ㅎㅎㅎ

번역서지만 책 나왔다고 행사로 사람들 만나고 왔더니 제가 주목 받고 내 얘기 떠드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다시금 깨달아서 조금 웃겼습니다. 이렇게나 사람을 귀찮아하면서 타인의 관심에 대한 갈증은 어디서 기원한 걸까요.


이 편지도 그런 갈증의 연장선인 것일까.

그냥 감독님, 이라고 불러보고 싶었어요. 그때 같은 긴장감이나 설렘보다는 안타까움을 담아서. 아무에게서도 아무 자극을 느낄 수 없고 아무런 감상도 전할 수 없는 일상에 대한 안타까움이요. 감독님과 나누었던 대화가, 그런 이야기를 들여주는 존재가 몹시도 필요한데, 어디에도 없네요.

감독님은 이제 삶이 충만하신가요? 차고 넘치는 것은 없지만 부족함이 모자람이 없는 삶인가요? 



안 그래도 좁고 마른 우물 같던 제 세계가 점점 희끄무레해지는 것 같아요. 나이가 무서워지기 시작했고요. 잘 살고 있는데 이제는 무엇을 더 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어요. 왜 해야 하는 지도.


요즘은 무얼 보고 읽고 듣고 지내세요? 감독님 안위보다 감독님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들만 궁금해하는 제가 좀 괘씸하실까요? ㅎㅎㅎ


여기서 이렇게 혼잣말을 하는 제가 바싹 마른 무덤가에 앉아 소주 기울이면서 건조하게 푸념하는 성묘객 같기도 하고요. 


더 궁상맞아지기 전에 그만 쓸게요.

또 오세요 :)


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