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3.





초딩도 아니고 영어 쓴 지가 몇년인데
왜 아직도 말 할 때 수일치가 안 되지?
도대체 뭐가 문제지? 왜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가지? 어떡하면 좋지 증말?



2.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무슨 생각을 하냐면 혀를 잘라버리고 싶어져.
과장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신체를 훼손 시키고 싶다.
나는 이 일을 잘 못 하는 게 아니라 아예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당한 핑계를 만들고 싶은 걸까.


나는 내가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 때 느끼는 절망감이나 공포가 너무 크다.
무능함 자체보다 무능하기 때문에 나는 쓸모가 없고, 쓸모 없는 인간은 무가치하다는 굉장히 비뚤어진 사고방식이 자학을 하게 만든다. 신체적 고통으로 정신적 고통을 마비시켜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진다. 

하루는 같은 문장을 계속 틀리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한심한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는 모르겠는 상황이 너무 짜증나서 혼자 뺨과 머리를 세게 내려쳤는데 고막에서 삐, 하고 울렸다. 고막 찢어지면 이짓거리도 못하는데, 싶어져서 멈췄다.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인간이 된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크다.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인간은 존재의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나 자신뿐 아니라 내 주변 사람, 특히 엄마와의 관계까지 망가트렸다. 

엄마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사고 후 3년이 지났지만 비장애인의 운동 능력의 60%? 정도 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10분이면 갔을 거리를 40분 넘게 걸어야 하고, 오르막길에선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뒤뚱거린다. 대중교통은커녕 횡단보도 조차 건너지 못한다. 엄마에게 횡단보도의 초록 화살표가 줄어드는 속도는 인생이 엄마에게서 희망을 앗아간 속도만큼이나 무자비하다.

엄마가 바깥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나서 원래도 안 좋았던 모녀 관계는 이제 거의 남에 가까운 상태로 경색되었는데, 엄마측 이유는 그저 가늠만 해볼 뿐이지만 나는 한가지 주된 이유가 있다. 있는 것 같다. 공부를 하다가 깨달은 건데, 엄마의 역할 혹은 의미에 대해 입장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엄마는 엄마로서든 사회인으로서든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엄마 역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엄마가 줄 수 있는 정서적 지원, 애정, 유대감 같은 건 어려서부터 느낀 적이 없었으니 별 기대도 없었지만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보험비를 내줄 수 있느냐고 울먹거리며 부탁하는, 그러다가도 나나 동생이 자신을 무시하고 괄시한다고 문을 부실 듯 두드리며 대성통곡하며 욕을 하는, 어쩌다 내가 이른 오후에 집에 들어오면 늘 동생 침대에 누워 유투브로 옛날 가요를 틀어놓고 잠든 척을 하는 혹은 정말 잠들어있는, 예순이 넘은 모친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대하고 느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엄마에게 장애가 생겼기 때문에 엄마와 함께 있는 게 불편하다는 것이 아니다. 엄마에게 어떠한 신체적 변화가 생겼든, 엄마가 개인으로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당신 인생의 의미를 타인(나를 포함)이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으로 정해나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고 싶은데, 

근데 그것도 내 이기심이겠지. 나도 엄마가 바라는 이상적인 딸자식의 상은 아닐 거고, 내가 생각하는 모습이 꼭 '성숙한' 모습인 것도 아니고, 모두가 그런 '성숙한' 인간이어야 할 이유도 없고.
근데 정말 욕심인가?

모르겠다. 모르겠고, 모르겠는 것은 나 자신의 앞날로도 이미 숨이 막히기때문에 나는 점점 엄마라는 존재를 잊고 지내려고 노력한다. 이것도 회피.

하지만 엄마는 늘 눈 앞에 있다. 물리적으로 눈 앞에 있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몸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되지만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무척 애를 쓴다. 요리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기도 돌린다.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끌어모아 집안일을 하지만 우리 집은 코딱지만하고, 집엔 밥을 먹는 사람이 없으므로, 엄마는 실내운동만으로 24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

집에만 있어야 하는 엄마가 물론 당연히 안쓰럽다. 걱정 된다. 그게, 화가 날 정도다. 이게 왜 화가 나는 일인지 잘 모르겠는데, 화가 난다. 엄마를 생각하면 엄마의 박복한 인생이 넌더리치게 끔찍하고 불쌍하고, 그런데 그걸 그냥 뒀나, 왜 평생 저렇게 참고만 살았나 싶어서 화가 치민다. 

엄마도 괴롭겠지. 혼자 계단 조차 오르지 못하고 제 멋대로 힘이 풀려버리는 자신의 몸이, 딸인데도 불구하고 엄마의 삶을 애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내가, 그런 딸과 앞으로도 수많은 날을 견뎌내야 하는 자신의 삶이, 끔찍할 것이다.

알지만, 알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향후 20년간 엄마는 나의 몫이라는 경제적, 정신적 부담감과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간이란 자괴감의 삼중고에서 벗어나고 싶다. 눈 감고 모르는 척 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알지. 내가 얼마나 끔찍한 생각을 하고 사는 인간인지를.

엄마는 나의 끔찍함은 알까. 내 주변의 끔찍함에다 그걸 이따위로 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끔찍한 옹졸함, 지칠 줄 모르는 자기 연민에 숨이 막히는 나의 고통을 알까. 엄마 역시 1도 가늠하지 못하겠지.

나도 역겹고, 내 인생도 역겹다.



공부 하기 싫어서 써 봤다.

이제 다시 공부해야지.



3.
지금 스벅이고 옆에 커플이 앉았는데, 각자 핸드폰으로 유투브를 볼 거면 꼭 이렇게 만나야 하는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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