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9.

고무줄




0.
나연 씨,

제가 고무줄 이야기했던가요?
고무줄을 힘껏 늘리는 한 해가 되어야 해요.
안주하면 안 돼요.



1.
따뜻한 요새
다정한 외면
싸구려 순애보



2.
심심하면 그 사람과 했던 이야기들을 복기해봅니다.
취미생활 같은 거예요.
내가 놓친 건 없었나, 그때 못한 말은 없었나,
다음엔 이 얘길 꼭 해줘야지,

그러다 보면 어느새 환승해야 할 정거장, 집 앞 정거장입니다.
집 대문, 내 방문, 침대 머리맡입니다.


너는 종종 그랬죠. 
나는 관계에서 원하는 게 많다고.
근데 나는, 백 보 양보해서 객관화 해봐도, 
나는 뭘 원했던 적이 없는데요.


너는 나를 친구라 부르지만
그런 친구가 어디있느냐고 백 번, 천 번 말할 때마다 너는 내가 바라는 게 너무 많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나야말로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한 거지 대단한 걸 바라거나 뺏어오려 한 게 아니었는데.
그 '언젠가'를 대비해 친구처럼 지내려고 노력하고, 관계에 대한 노후대책을 마련하려 했던 건데.


라고 이렇게 깜깜한 허공을 바라보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그러다 까무룩 잠에 듭니다.

까무룩 까무룩.



3.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어도 서로의 아픔 같은 건 모르는 게 남녀인가봅니다.
지가 지 책에 그렇게 적어놓고 또 까먹다니.



4.
꿈에서 너는 나를 이불장 안에 밀어넣고 장롱문을 닫았어요.
나는 꿈 속에서도 장롱에 갇혀 있었습니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죠.

왜 그랬을까요.
왜 꿈 속에서 조차 구차하고 등신 같았을까요.



5.
사랑은 어디서 언제 찾아올지 몰랐던 불청객을 기꺼이 내 삶에 들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니(네 아니고 니) 삶에 불청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똘레랑스를 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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