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8.

너무 많은 가현이들




1.
얼마전에 별 생각 없이 인스타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본 적이 있다.
사실 전남자친구 만났을 때, 내 이름을 인스타에서 검색해봤다길래 생각나서 한 번 해봤다.

김나연으로 검색하면 나와 다른 얼굴과 나이, 직업을 가진 다양한 나연이들이 나온다.
흔한 이름이라 당연한 일인데도, 한명 한명 다 낯설고 신기하다.
꼭 평행우주에 사는 또다른 날 발견한 느낌이다.
내가 여태 만나본 나연이들은 전부 여자였는데, 혹 나와 동명이인인 남자가 있다면,
'나연이'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그 사람들은 행복하게, 큰 고민없이 살고 있을까?



2.
그게 한국일보였는지 중앙일보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한국일보 논평 섹션이었을 것 같다.
왠지 중앙일보는 이런 다큐 안 실어줄 거 같아.


여튼, '가현이들' 이라는 제목의 논평이었는데,
읽어봐야지, 하고 오려두고 아직도 못읽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인디포럼에서 상영하기에 우선 다큐부터 봤다.
나는 재밌는 걸 재미없게 얘기하는 저주에 걸렸기 때문에 짧게 요약하자면 '알바 노동 조합의 조합원이자 동명이인인 가현이들의 이야기'다.

맥도날드에서 부당하게 잘린 가현이,
툭하면 꺽기를 당한 가현이,
근로계약서도 받아본 적 없는 가현이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지만 한번도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누려본 적 없는 가현이들이 모여 '알바가 갑이당'을 실현해보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최저임금 6470원.

다큐는 대단히 어마무지하게 재밌는 건 아니었지만,
뭐랄까, 인물들이 좋았다. 감독 겸 출연자인 윤가현 감독도, 동명이인의 출연자인 다른 가현이들도,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면 좋으련만 열심히 살기를 강요당하는 세상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창구를 찾는다. 따로 또 함께. 뭐가 흥미로웠는지 자세히 적고 싶지만 지금 난 너무 졸립다. 고로 다음 시간에...



3.
보여주려고 만들었다기 보단, 말을 하고 싶어서 만든 다큐같았다.

그리고 뭐랄까, 어처구니 없이 웃긴 건 <혼다, 비트>가 더 웃겼다.
이 감독 극영화 보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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