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살던 집은 6층이었어요.
한강과 성수대교가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였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조금 차갑고 끈적한 거실 장판 위에 배를 깔고 누워서 커다란 베란다 유리창을 두드려대는 장마비를 구경했어요.
그렇게 누워서 크레파스로 슥슥 그림을 그릴 때가 여름방학 내내 이어지던 지리한 장마 기간 중에 가장 즐거웠던 시간 같아요.
그 때 사주신 비닐 우산들은 대문 옆 신발장에 곱게 뉘어 두었어요.
담번에 만나서도 비가 오거들랑 그땐 꼭 마루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려서 담소 나눠요.
고개만 마주하고 도란도란, 그거 해요.
2.
사랑이란 건 어떤 형태로든 좋은걸까?
3.
"저도 이렇게 단호한 문장을 쓰고 싶어요.
자기 문장에 확신이 있으니까 이렇게 간결하고 단정적인 어미로 쓸 수 있는 거잖아요.
저는 늘 '-같다' -인지도 모른다' '일 것이다' 다 그렇거든요."
그런 통찰력과 필력, 자신의 사고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싶어요.
4.
일 한다고 뻥치고 계속 놀다 이제야 일하는데,
사실 계속 졸립고 삭신이 쑤신다.
그런데도 왜 자꾸 책만 읽고 있지요, 김나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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