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7.
안쓰러운 영이.
2.
그거 아세요?
인생을 저당잡혀있는 느낌.
담보, 저당, 경매, 이런 단어들을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알았어요.
내가 다니던 학교가 평범하지 않다는 거,
그런데 그 안에도 급이라는게 있고 나는 그 구조 안에 들어가는 순간 가장 아래로 내려갈테니까 아예 들어가지 말아야겠다는 거.
그러니까 세상엔 '평범'과 '비범'이 있는데,
나는 그 둘 다에도 속하지 못해서 절벽이 지면과 닿아있는 그 모서리 틈에 있었어요.
거기는 추락도 이미 끝나고 낙하한 그 자리에서도 밀려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인데요,
바람에 쓸려 나뒹굴다 더는 밀려날 곳이 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요.
나는 그게 바닥 맨 구석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세상에 위 아래가 있다는 걸 부정하기 시작했어요.
모두다 판판한 세상 위에 있는거야, 그런거죠. 그러면 갑자기 구름 사다리같은 게 생겨서 모두 다 나란히 설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딛고 선 땅이 사실은 구름일지도 몰라서,
정작 내 진짜 인생이 아주 긴 사슬로 그 구석에 못박혀있는 것 같아서 가끔 몸서리쳐져요.
그럼 그때마다 그 사슬의 고리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들려요.
인생이 그렇게 무서운 건데, 열 여덟, 열 아홉이 혼자 대롱대롱, 얼마나 힘들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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