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4.

1.
3천원에 모자까지 사은품으로 주시면 제가 사겠습니다,
라고 댓글을 달려다 (모르는 분이 올린거라) 부끄러워 그만 둠. 


에헤에헤



2.
커피 안 마신지 꽤 됐다. 한 반 년 넘었나? 

커피는 술 담배 못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호식품인데 

체질이 변했는지 카페인에 민감해졌다. 세게 타면 세 모금만 마셔도 잠을 못 자.
그래서 차로 갈아탔다. 처음엔 얼그레이로, 그 다음은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로, 이젠 다즐링. 녹차도 좋고 오미자도 좋고 국화차도, 자스민도 좋다.

요즘 집에서 마시는 얼그레이는 꽃향과 복숭아 향이 풍성하다. 원래 얼그레이가 무슨 향이어야하는진 모르겠지만, 스타벅스에서 파는 라벤더 얼그레이는 진짜 최악의 조합인듯. 찬흠이랑 갔던데서 마신 웨딩은 맛있었는데.
향은 짙을 수록 좋고, 맛은 옅을 수록 좋다. 

음, 허브랑 과일 섞은 꽃차는 그래서 좀 별로야. 




3.
카메라를 한참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더랬었다.
서랍장 위 예쁘게 올려진 카메라 4대를 쳐다보면 찍사 소리 듣는 것도 재미났던 시절.
카메라는 역시 아날로그지, 하며 황학동 풍물시장을 뒤져 1kg이나 되는 필름카메라를 사들고
숙대 앞 필름 전문점에 발품 팔아가며 사진을 찍으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더랬었다.


바로 찍고 "못나다" 지우는 디지털 사진들과는 달리 필름은 오래 걸린다.
찍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아니라 36방 (덤으로 두 세장 더 나오기도 하지만)을 가득
원하는 사진으로 채우기가 오래 걸린다.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은 맨눈으로 보는 것과 또 다르고
구름이 바람에 흘러 그 프레임 안에 예쁘게 자리 잡고 셔터를 찰칵-, 누르기까지
앉았다 섰다, 몸을 좌로 우로, 조리개를 열었다 조였다,
많이 움직이고 돌려보고,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모아진 일상의 기록들은 보통 반 년이 걸려 스무 장 남짓의 사진으로 돌아온다.

반 년 전 나는 무엇을 소중히 여겼던가,
반 년 전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던가,
반 년 동안 나는 무엇을 잊고 살았던가.

후음, 기다릴줄 알아야 하는데...


나의 필카는 Pentax K1000 :)





댓글 없음:

댓글 쓰기